내가 독일인에게 느끼는 감정은 매우 이성적이며 차갑고 자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도 그랬고 니체도 그랬다. 그래서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에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독일인은 사랑을 알기에 너무 자기 자신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했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는 나의 이런 좁은 경험을 깨트렸다. 이성적이면서도 꺼지지 않는 생명력으로 삶을 사랑한 니나의 모습은 내가 몰랐던 독일인의 또 다른 삶을 알게 해주었다.
독일의 나찌와 일본의 군국주의, 이 둘은 두 나라를 한명 한명의 개인이 아닌 조직과 단체, 집단의식의 집합으로 여기게 했다. 하지만 나찌 치하의 독일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진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들이 있었고 전쟁의 광기속에서 사랑과 삶을 불태운 작은 영웅들이 있었다.
15년간 이어져온 슈타인과 니나의 관계는 한 사람에게는 삶 자체가 되었고 다른이에게는 삶의 불꽃이 되었다.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서 아무리 깊게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여도 결국 잡을 수 없는 행복의 달콤함과 괴로움이 시계 추처럼 반복될 뿐 이성만으로는 자신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갈 수 없었다.
루이제 린저는 극도의 고독에 몸을 맡긴 남성의 차가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판단된 니나의 모습과 치열한 투쟁 없이 평범한 행복 속에 살아온 여성의 시각에서 보여진 니나의 모습을 통해 자신과 상대방을 모두 생의 한가운데로 내몰 수 밖에 없는 한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다.
사랑은 머리가 아닌 손을 뻗는 용기를 필요로 하고, 생은 주어진 모든 환경을 진실하게 경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3 Comments
어디에도 억매이지 않고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삶.
정말 무엇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 그런 니나를 여기 한 구석에서 발견하게되어 행복합니다
십수년전 읽었던 책인데 갑자기 떠올라 구글링을 통해서 들어왔다가 공감가는 글을 발견하고는 잠시 감수성 풍부했던 십대 소녀시절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Cat, software engineer…
여러가지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또 한번 놀라고 갑니다.
블로그 주제가 산만한 편인데 공감가는 주제가 많다니 제가 더 신기하네요. ^^